여수냥이 |
둘, 2022년 5월 6일 새 식구들..
사시사철 NZKR
2022. 9. 29. 19:37
올해 5월 6일 여수의 새로운 집사가 되었다.
SPCA에서 여수의 여동생과 함께 입양하는 것을 권유했지만 냥이를 새끼 때부터 키워본 적은 처음이고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경우 다른 사람에게 두 마리를 부탁하는 것은 힘들거란 생각에
둘 모두 데려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서 너무 안타까웠지만 여수만 모셔오기로 했다.
그 후로도 우리는 계속 동생을 데려올까하는 미련 반 미안함 반으로 SPCA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동생이 아직도 집사를 못 찾고 있는지 확인을 했었다.
3kg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 유난히 겁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했지만
집에 오자마자 여수는 내 침대 밑에 들어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침대 밑에서 부들부들 떨던 모습이 너무 안쓰럽기까지 했다.
우리는 데려오기 전에 여수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준비해뒀기에
먹고 싶을 때,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최대한 신경 쓰는 걸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건 뭐 불 끄고 자기 전까진 침대 밑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과 물의 양이 줄어든 것과 고이 덮어둔 응가를 보고
'아~우리 자는 사이에 움직이긴 했구나!' 하는 게 전부였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며칠이 지속되니 우리는 걱정 반 짜증 반이 되었다.
왜 안 나오고 저러고 있는지 우리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
냥이들의 습성인 건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여수 전에 키웠던 길고양이 출진 빅토리아는
(우리는 큰 여수라고 부른다. 큰 여수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써 볼 생각이다. 그녀(?)를 기억하며..)
사교성이 많은 걸 넘어서 그냥 그녀(?) 자체가 사교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냥이를 키울 거란 생각을 평생 않고 살았던 우리에게
전혀 예상 못했던 여수의 행동은 적잖이 거슬리기까지 했다.
우리는 온갖 유튜브를 찾아보고 커뮤니티에 질문도 올려보고 슬슬 기다림이 걱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걱정이 되다 보니 서로의 의견이나 행동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정작 여수는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는데 우리끼리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꼴이었지 싶다.
그런데 갑자기! 집에 온 지 5일이 되던 날 여수는
우리가 출근하는 배웅하는 것 마냥 창문에서 바라봐 주었다.
그때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지 지금도 그 모습이 마냥 이쁘기만 하다.